동네 엄마들이 모이면 무엇을 할까. 차를 마시고 운동을 함께 하고 맛집을 찾기도 한다. 그 사는 이야기 가운데 엄마들이 머리를 모았다. 동네 공통의 문제를 찾아 엄마들의 품앗이로 마을공동체 꽃을 피우는 곳이 있다. 서구 심곡동 엄마들 이야기다.
천마산, 공촌천, 심곡천 10년 지기
인천시 서구 심곡동 일대. 이곳은 천마산이 하늘과 이웃하며 그 앞으로 심곡천과 공촌천이 흐르는 도심 속 또 하나의 동네다. 언뜻 봐도 심곡동은 도시 보다는 시골동네 이미지가 더 크다.
그런 이곳에도 아파트가 들어차기 시작하면서 엄마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일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모여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도서관도 문화센터도 특별히 없는 동네에서 어떡하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또 모여서 재미있게 지내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만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맞댄 엄마들의 모임이 지금의 심곡동 지역 돌봄과 배움 공동체 ‘다살림 레츠’이다. 물론 돈을 들여 학원이나 문화 인프라가 풍부한 동네로 아이를 실어나르며 교육할 수도 있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이 모이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책모임으로 시작해 마을공동 관심사 이뤄
심곡동 엄마들은 ‘좋은 것을 같이 하자’고 모이기 시작했다. 그 첫 아이템은 책 읽는 모임이었다. 책모임의 약 10명 내외 구성원의 공통점. 그것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었다. 그래서 자녀에게 필요한 동화책은 물론 인문학 등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 초등 4학년이 되었을 때 일이다. 공천천에 나가 하천 살리기, 생태교육, 엄마품앗이 등으로 책을 읽고 자란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도 고학년에 걸맞는 학습 도우미 손길이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다살림 레츠의 이종남 대표는 “모임에 직장맘이 생기고 또 아이들이 커가면서 교육에 고민이 모아졌어요. 우리 손으로 키우던 아이들을 학원 등으로 보낼 수는 없었죠. 그래서 학습을 담당할 엄마들이 나섰어요. 모임에서 공부를 가르치고 늦은 퇴근 시간까지 아이들을 돌봤어요”라고 말한다.
그렇게 시작한 엄마모임은 이제 다살림 레츠로 발전했다. 레츠는 이른바 품앗이를 통한 지역화폐란 뜻. 내 아이 외에도 동네에서 더 많은 아이들에게 회원들의 품앗이 손길을 나누자고 모인 것이다.
품앗이로 시작해 지역 공동문제 함께 해결하고파
지역화폐 다살림 렛츠는 올해 11월을 기념비적인 시간으로 기억한다. 회원들이 그동안의 결속력을 바탕으로 십시일반 돈을 모아 사무실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서구 심곡동 대동아파트 상가 2층 사무실. 이곳은 늘 엄마들의 모임 열기로 훈훈하다.
다살림 레츠에서는 자녀 책모임과 인문학모임, 아동역사모임, 압화강좌 등을 주민 재능기부를 통해 지속해오고 있다. 또 아빠 모임도 열어 남성회원들이 하면 더 잘 할 수 있는 사업들을 찾아낸다.
이 대표는 “동네에 일반 모임과 렛츠가 다른 점은 품을 내놓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오가는 현금 없이 연결하는 일이죠. 뜻을 같이 한다면 얼마든지 서로의 가진 재능을 빌려 쓰고 갚을 수 있답니다”라고 말했다.
다살림 레츠에서는 회원 간의 품앗이 외에도 마을학교를 열어오고 있다. 협동과 나눔, 참삶의 가치를 배우기 위해서다. 또 생활강좌, 품앗이 학교, 농부학교, 생태교실, 역사교실, 동네한바퀴, 건강요리 교실, 청소년 교실, 진로교실, 심리프로그램 등을 더 발전시키고자 한다.
이 대표는 “품앗이에 참여하는 단위를 일반 가정에서 더 넓히려고 해요. 지역에 한무모가정, 다문화가정 등이 참여해 다양함 속에 나눔 공동체를 만드는 게 렛츠의 더 큰 꿈이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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