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스 봉사단의 자장면 나눔행사에 벨톤보청기 인천센터도 무료청력검사 봉사로 동행합니다.

 

‘일요일엔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광고가 매주 주안역 앞 한 예식장에서 재연된다. 다만 일요일이 목요일로, 자장라면이 진짜 자장면으로 바뀌고 요리를 맛 볼 사람들의 수가 매우 많다는 것이 다르다.

 

    마사지사, 자장면 요리사로 변신


매주 목요일의 자장면 요리사, 그는 둘로스 봉사단의 남기은 단장이다. 남기은 단장은 원래 자장면과도, 요리와도 전혀 관련이 없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왜 매주 목요일이면 자장면 요리사로 변신하는 걸까?

남기은 단장의 직업은 발마사지사이다. 이 일로 재능기부를 하며 어르신들을 돕다 봉사활동을 점점 더 크게 하게 되었다. 도시락 배달과 성인용 기저귀 나눔, 이불 교환, 집수리 등 오랫동안 어려운 어르신들을 돕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둘로스 봉사단을 조직했다.
발마사지사 50여 명으로 시작한 둘로스봉사단은 현재 학생들까지 포함해 1,200여 명의 대식구로 늘어났다. 기관의 도움 없이 운영되는 봉사단인 만큼 재정의 어려움이 많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마음이 모이다보니 꾸준히 봉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봉사 활동 중 남단장이 가장 주목한 것은 어르신들의 식사였다. 어르신들은 별미로 맛있게 드실 수 있고, 또 봉사자들 입장에서도 조금 덜 번거로운 메뉴로 누구나 좋아하는 자장면을 결정했다.
그리고 남 단장은 곧바로 자장면 요리사 실습에 들어갔다. 중국집을 찾아 자세한 사정 이야기를 하고 기술을 배우는 대신 무료로 일을 해 주었다. 제대로 된 봉사를 하기 위해서, 어르신들께 더 맛 좋은 자장면을 대접하기 위해서 월급을 받지 않는 종업원으로 취업까지 한 것이다. 이런 만만의 준비로 시작한 자장면 나눔은 도화동에서 자리를 잡으며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지난해 위기가 찾아왔다. 장소를 빌려주던 곳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서 마땅한 장소가 없어 자장면 나눔 봉사를 잠시 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3개월쯤 겨울을 보내고 오는 3월부터 다시 어르신들께 자장면을 대접하고 있다. 교통도 더 편리하고 장소도 더 깨끗한 곳에서 무료 나눔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공짜로 드시는 음식이라도 정성스럽고 품격있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누구든 목요일 12시에 주안역 앞 라벨르 웨딩하우스로 오면 세상에서 가장 정성스러운 자장면을 맛볼 수 있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 잠시 중단된 둘로스 봉사단의 자장면 나눔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최종궁 대표가 흔쾌히 장소를 제공한 덕분이다.
최 대표는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아니라 인터뷰할 것도 못 됩니다. 대신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감사하죠.”라며 겸손한 마음을 전했지만, 다른 봉사자들의 말을 빌자니 그는 목요일이면 아침 일찍 나와 봉사자들과 어르신들의 편의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도화동에서부터 오랫동안 매주 이곳을 들른다는 한 할아버지께서는 “전에는 장소가 협소하고 하니까 기다리는 시간도 꽤 걸리고 복잡했는데 여기는 참 좋네. 깨끗한 예식장에서 이렇게 먹으니까 정말 제대로 대접받는 것 같아 좋아요.”라며 기뻐하셨다.


 

    힘든 시기 나라를 이끌어오신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일


최 대표 외에도 남기은 단장을 도와 자장면 나눔을 함께 하는 이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이는 바로 미추홀종합예술학교의 이현열 교장이다. 봉사 활동을 하면서 남단장과 오랜 인연을 맺게 된 이교장은 봉사단의 안살림을 거의 다 책임지고 있을 정도이다. 최 대표를 소개한 이도 그녀이고, 모자란 일손을 불러 모은 이도 그녀이다. 자타공인 봉사의 달인으로 불리는 이 교장이지만 지금의 생활을 즐기기까지 마음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이현열 교장은 “돈 받고 일하는 거라고 오해하는 어르신들도 있고, 봉사자들 마음 몰라주시고 상처 되는 말들을 하시는 분들도 간혹 있어요.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고 울기도 많이 했었지요. 마음을 달래고 비우는 데 5년 정도 걸렸어요. 그러다보니 이제는 다들 제 진심을 믿어주시더라고요. 이제는 후배 봉사자들에게도 작은 것에 상처받지 말라고, 마음 비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도 할 수 있게 됐죠.”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계속 봉사를 하는 이유를 묻자, 그녀는 “이 어르신들 모두 힘들었던 시기에 우리나라를 이끌어 오신 분들입니다. 당연히 대접 받아 마땅한 분들이죠. 그리고 여러 어르신들 만나면서 인생을 제대로 배워요. 돈의 많고 적음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고, 참으로 감사한 일이죠.”라고 답했다.


 


 



남단장과 함께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이흥식씨는 “내가 노래방을 하느라 새벽에야 일을 끝내고 늦게야 잠이 들거든요. 목요일에는 어쩔 수 없이 3시간 정도만 자고 여기에 나와야 됩니다.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여기에 나와야 맘이 편해요.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셔 주시고, 인사말도 건네주시고 감사하고 보람되죠.”라고 말했다.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돕는 봉사자 이외에도 자장면 나눔을 함께하는 이들은 많다. 좀 더 즐거운 식사를 위해 실버악단이 무료공연도 해 주고, 일찍 오셔서 식사를 기다리시는 분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해 주는 마사지사들도 있다.



어르신들은 이곳에 오셔서 허기를 달래고 동시에 외로움도 달래는 듯 보였다. 말 통하는 친구들도 생기고, 어른 공경할 줄 아는 젊은이들을 마주하는 것도 기쁨이라고 한다. 혼자서 차려 먹는 점심은 아무리 진수성찬이어도 이곳의 자장면 한 그릇보다 맛이 없다고 한다. 산해진미를 능가하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정성스럽게 차려내는 봉사단의 마음이 외로운 노인들의 마음을 더 많이, 더 따뜻하게 보살펴 주기를 바란다.

(유수경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