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선학사회복지관(관장 김민숙) 지하 강당에서 울려 퍼지는 귀에 익은 정겨운 노랫소리는 차가운 겨울바람을 타고 선학동 아파트마을에 곱게 내려앉는다.
이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들은 인천을 대표하는 장애인합창단 선학복지관 ‘사나래 합창단’의 단원들이다.
‘천사들의 날개’라는 순우리말의 ‘사나래’는 지체장애, 시각장애, 정신장애, 뇌 병변장애 등 장애를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마을합창단이다.
불편한 몸과 어눌한 발음으로 박자와 음정을 잘 맞추기는 힘들지만 악보를 외워서 부르는 그들의 노래는 수십 번의 반복으로 다듬고 또 다듬어진 영혼이 담긴 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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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 안녕하셨어요? 집에만 있다가 나오니까 날씨가 겨울 같네요!”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었지? 반가워!”
지난 26일 매주 노래연습을 위해 모인 합창단원들은 반가움에 손을 부여잡고 인사를 한다.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요?” 지휘자 김연실씨는 가벼운 몸 풀기와 발성연습으로 시작을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12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40여명으로 늘었어요. 불편한 몸만큼 마음이 우울하고 아픈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노래를 통해 서로 친해지면서 마음이 열리니까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는 것 같아요. 이분들은 사랑과 정과 배려가 넘치는 천사의 영혼과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저도 가르치면서 감동 받을 때가 많아요. 서로 가족 같아서 일주일마다 만나는데도 얼마나 챙겨주고 반가워하시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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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합창단 중에는 하모니카, 플릇, 사진 그리고 노래로 재능기부를 하면서 힘을 북돋워 주기위해 아름다운 동행을 자처하고 단원이 된 사람들도 있다.
한마음으로 부르는 ‘고향의 봄’과 ‘할아버지 시계’는 아름다운 하모니가 되어 강당 안을 따뜻하게 물들인다.
최문권씨(40, 지체장애1급)는 “집사람이랑 이곳에 오는 게 유일한 외출이에요. 늘 집안에만 있어요. 특별하게 갈 곳도 없고 사람도 만날 수 없거든요. 그런데 노래를 아내와 함께 시작하면서 여기서 사람도 만나고 서로 반겨주고 사귀면서 즐거움이 생겼어요. 이 시간이 기다려져요.”라며 아내를 바라보며 웃는다.
“이 시간이 너무 즐겁고 행복해요. 노래하는 남편의 모습도 멋져 보여요. 우리가 인천대표로 뽑히니까 자신감과 자부심도 생기네요. 다음 달에 열리는 전국대회에서 꼭 상 받고 싶어요.”아내 진경화씨(45, 지체장애1급)는 수줍게 웃는다.
선학복지관은 2011년 장애인역량강화사업으로 장애인합창단을 창단하게 되었다.
장애를 갖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작은 어렵고 힘들었다.
하지만 열심히 연습한 결과 지난해 국제장애인 문화교류협회에서 주관하는 ‘전국장애인 합창대회’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인천대표로 당당히 선정되었다. 그해 평창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나눔상’을 수상하면서 인천의 ‘사나래’를 전국에 알렸다.
김선심씨(60, 지체장애1급, 시각장애1급)는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행복하고 자랑스럽지요. 노래하는 동안은 아픈 몸이 낫는 것 같고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다니까요.”라며 활짝 웃는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불가능은 없다는 것을 이들은 합창을 통해서 깨달아 가고 있다.
‘사나래’는 다음달 3일 청주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전국장애인대회’에 인천대표로 출전해 날개를 펼치게 된다.
김경미 복지사는 “처음에 비해 얼굴표정도 밝아지시고 자신감도 많이 생기셨어요. 연습할 때도 무척 적극적이세요. 무엇보다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는 주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앞으로 우리 사나래가 인천대표가 아닌 대한민국 대표가 되어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과 사랑을 전해주는 힐링 합창단으로 거듭 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박영희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