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에 울려 퍼진 ‘하모니’

 

주변을 둘러보자. 이제 우리는 다른 피부색의 ‘한국인’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살고 있다. 이미 '지구촌'이라는 말은 교과서 마지막 장에나 나오는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지구가 1일 생활권인 이상, 우리는 전 세계인들과 소통하고 화합해야 발전할 수 있게 되었다.
소통과 화합을 모토로 한 남동구 '하모니센터'가 지난 9월22일 세상을 향해 문을 활짝 열었다. 2층으로 된 한옥 형태의 건물. 입구에 다가가면 커다란 이정표가 보인다. 전 세계 도시를 가리키는 이정표. 역시 '하모니센터' 답다.

 



기존 다문화센터와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다문화센터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그들 중심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었다면, 하모니 센터는 다문화인과 기존 내국인이 1:1의 비율로 참여할 수 있게끔 마련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현재는 매주 수요일 2시에 '정보교환'을 위한 하모니대화 동아리(가칭)가 진행되고 있다. 동아리회원들은 각자의 문화와 한국에서의 생활들을 수다 떨 듯 공유한다. 혼자 왔다고 해서 혼자가 아니다. 출생지는 달라도 모두 한국인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대화동아리의 '정보교환'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모니센터의 프로그램은 합창단이나 언어프로그램 등 계속해서 개설될 예정이다.




'다문화 북카페'에는 한국어와 영어, 태국어, 필리핀어, 베트남어, 일본어 등 9가지의 언어로 쓰여진 책들이 준비되어 있다. 국내도서 347권, 다문화도서 647권을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500여권의 책들이 추가로 구비될 예정이다. 도서관이지만 대출은 ‘사절’이다. 이곳에서 책을 읽고 함께 공유하며 어울리는 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 아이들과 함께 책 한권씩 보며 대화를 나누기도 좋을 아늑한 다문화 도서관이다.



하모니센터에 가면 이주여성 안젤라 씨가 있다.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온지 11년차인 그녀는 하모니센터의 마스코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 다문화가정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준다. 자원봉사로 월, 수, 금요일 4시간 동안 상주하면서, 통역이나 언어교육을 담당한다.
"방문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보람을 느껴요. 간혹 인종차별을 느낄 때는 한국인들에게 화가 나고 섭섭하기도 해요." 라고 말하는 그녀. 안타까운 현실이다. 모두가 함께하는 세상이거늘, 인종차별이라는 말은 이제 사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단어이길 바라본다.


 

 

 


 

'상담카페'의 상담사 이미경씨. 베트남에서 6년을 거주한 경험이 있는 그녀는 당시 타지에서 느낀 베트남 사람들의 친절을 마음에 새기고 다문화 이주여성을 위한 상담사 자격을 취득했다고 한다. 그녀는 현실적인 측면에서 다문화가정 여성들을 응원한다.
"마사지 기술이나 네일아트와 같은 전문기술을 배워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사회 프로그램이 개발되는 게 꿈이에요. 사실 기간제 계약직이라서 그것이 현실이 될지는 모르겠어요. 저로 인해 다시 찾는 분이 많아지도록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그녀. 그녀는 계약기간이 없는 일명 무기계약근로직이 되길 희망한다. 상담이라는 특성상 받던 사람한테 하고 싶은 게 사실이고, 장기적인 프로그램 진행에도 원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린 글로벌시대를 걷고 있다. 전송버튼만 누르면 지구 반대편의 친구에게 편지를 보낼 수도 있고, 외국에 나가지 않고도 인터넷 주문을 할 수 있다. 선조들이 강조했던 협동과 화합은 한국인끼리만 뭉치라는 이야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나와 조금 달라도 포용하고, 조금씩 배려하며 함께 나아가라는 이야기였을 것이다. '단일민족사상'을 고집하는 것은 현대에서 만큼은 아집일 수 있다.


 

 

 


 

하모니센터는 수인선 호구포역 앞 논현포대 근린공원에 위치해 있다. 상담카페와 북카페, 운동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광장, 세 개의 강의실, 유아실, 시청각실이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하며 일요일은 휴관이다. (문의 032-453-5655)

차지은 청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