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화가 오효석 씨의 희망스케치

 “눈으로 듣고 마음으로 그리는 행복을 아시나요?”

 

눈으로 느끼는 자연의 소리는 어떤 빛깔일까?
싱그러운 초록빛 숲과 노래하는 산새들, 나비를 유혹하는 예쁜 꽃들과 바람타고 흩날리는 꽃향기, 졸졸 흐르는 시냇물, 계곡을 따라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파도가 부서지는 바다와 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인 들판 등 아름다운 자연에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다.
작가 오효석씨(54세, 중구 전동)는 자연의 소리를 눈으로 느끼고 꿈과 희망의 메시지를 화폭에 담아내는 인천을 대표하는 농아화가이다.


자신의 장애를 극복하고 자연에서 행복을 찾는 그의 소박한 삶의 이야기를 부인 강영순씨의 수화(手話)를 통해 들어보았다.

 


중구 전동에서 태어난 오 작가는 세살 때 불의의 사고로 청각장애와 언어장애를 한꺼번에 안고 살아가는 장애인이 되었다.
당시 직업군인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강원도 영월과 평창, 인제 등지를 두루 다니면서 자연과 더불어 보낸 어린 시절이 그에게는 보석 같은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장애를 가진 탓에 감수성이 싹트는 유년기를 동네아이들에게 놀림과 따돌림을 받으며 외롭고 쓸쓸하게 보내면서 자연과 친구가 되었다.
“어릴 적에는 나를 놀리는 동네친구들과 싸움도 많이 했어요. 그래서 늘 외로웠지요. 다름을 인정하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거든요. 하지만 그 시절이 그리워요. 지금 생각해보면 재미있고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그는 앨범에서 빛바랜 흑백사진을 꺼내 보이며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지낸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준다. 옛 추억을 떠올리는 그의 눈이 별처럼 초롱초롱 빛난다.

 

 

외로운 소년에게 강원도의 자연은 따뜻한 친구 이상이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연에서 얻었다. 외롭고 힘들 때마다 자연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다.
어느덧 자연과 사랑도 나누고 마음도 나누면서 자연이 들려주는 다양한 소리를 좀 더 세밀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들을 수 없는 덕분에 자연을 깊이 관찰하는 힘이 생긴 것이다.
“자연은 늘 제 편이 되어 이야기를 해줬어요. 꿈과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청각 및 언어장애 교육기관인 성동학교 4학년 때, 선생님의 칭찬과 격려가 그를 화가의 길로 접어들게 했다. 선생님으로부터 용기와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후 미술대회에 나가서 크고 작은 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자라면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현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림만 그리면서 꿈을 키울 수는 없었다.
고교시절에는 돈을 벌수 있는 양복기술을 학교에서 배웠다. 행복하지 않았다. 갈등이 왔다. 그럴수록 더욱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학교에 없는 미술반을 만들었다. 열정을 갖고 미술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소중하고 행복했다. 그러나 곧 좌절을 맛봐야했다.
대학에 진학해 계속 미술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농아였기에 불가능했다. 하지만 간절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의 재능을 인정한 스승을 만났다. 지금은 작고한 홍익대학교 최쌍중 교수로부터 개인지도를 받았다. 꿈만 같았다. 이 길이 내가 갈 길임을 알았다.


사람은 자신의 재능을 찾아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아야 진정한 행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1984년 인천미술대전에서 입선을 하면서 27살에 초대작가가 되었다.
이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연3회 입상을 하고 인천미술대전에서도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전문가들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소리를 들을 수는 없지만 눈으로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자연을 벗 삼아 순수함을 캔버스에 가득 담아내는 그림 속에는 자연이 선사하는 소소한 희망과 행복이 있다.
작업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자연이 부르는 노래를 무지개 빛깔의 물감에 담아 잔잔하게 채색한다.

 

 

그는 20여 년이 넘게 작업실에서 함께하고 있는 낡은 야외용 이젤을 꺼내어 펼쳐 보인다. 그가 아끼는 보물1호다. 당시 열심히 일하고 모은 돈으로 인사동에서 구입한 고가의 이젤이란다. 자신의 꿈과 함께한 고마운 이젤이다. 그의 눈이 또 반짝이며 커다란 미소가 얼굴에 번진다.


“자연에는 꿈과 희망이 있어요. 또 영원하죠. 앞으로는 변해가는 자연의 소리도 캔버스에 담아서 훗날 함께 느끼고 싶어요. 나 자신도 자연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꿈을 찾았듯이 사람들도 자연 속에서 행복을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젤에 놓인 작품 ‘붉은 소래포구’를 아내에게 수화로 설명한다.
그와 희로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한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 강씨는 24년 전 장애인자원봉사를 위해 우연히 오 작가에게 수화를 배우면서 가까워졌다. 그의 순수함에 반했다는 강씨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을 받아들였다며 수줍게 웃는다.


나만의 소리를 느끼고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는 그는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이라고 말한다.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장점과 재능을 찾아서 문을 두드리면 희망적인 삶과 보석처럼 빛나는 행복이 기다린단다.

 

한편, 미추홀도서관에서는 오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사라져가는 옛 풍경을 그림으로 이야기해주는 작품 ‘소래포구의 새벽’과 ‘그 겨울의 소래’는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이다. 자연의 소리를 화폭에 담은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작가가 눈으로 듣고 표현한 자연의 대화 속으로 들어가 보자.

 

내마음의 보석상자(연안부두)

 

그 겨울의 소래
 

<자연의 소리전>
일시 : ~7월27일(일요일)까지
시간 : 오전10시~오후6시
장소 : 미추홀도서관 1층 미추홀터
문의 : ☎032)440-6643


<박영희 I-View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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