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나를 만나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느림을 배운다. 멈춘 듯 흐르는 시간을 고요하게 맞이하는 산사 체험이 무더위를 쫓아낸다. 번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의 순환을 통해 오롯이 나를 맞는 시간. 끝없이 버리면서 비로소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수행(修行) 템플스테이(temple stay). 강화도 ‘연등국제선원’에서 복중(伏中) 템플스테이가 진행되었다.


 


 

푸른 하늘과 푸른 들판을 배경으로 한 연등국제선원이 고요하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체험자들이 점심 공양시간에 마음을 내려놓기 위해 묵언(黙言) 중 식사를 한다. 일반 참가자들 사이 승복을 입고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은 외국인. 혜행스님(35세, 러시아)이다.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있는 혜행스님이 묵상을 하듯 차분히 식사를 한다. “식사하는 것도 찍어요...”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연등국제선원’에서 템플스테이를 진행하고 있는 혜행스님은 한국에 온지 9년째다. 동국대에서 선학과를 졸업했다. 혜행스님이 한국에 오게 된 인연은 러시아로 포교단을 이끌고 온 원명스님을 만나면서다.
“제가 18, 19살 에 불교를 만났어요. 그 전부터 심리학, 철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마음’은 알았지만 ‘선(禪)’이라는 말은 몰랐어요. 불교 경전에서 읽었죠. 아주 깊은 감동을 받았어요.”
스님은 쌍둥이 형과 함께 불교를 공부하고 함께 한국으로 왔다. 쌍둥이 형은 러시아로 되돌아갔고 지금은 혼자 남아 수행을 하고 있다.



방학을 맞아 스페인에서 한국으로 날아 온 박수민(17세, 고1년), 다민(16세, 중4년) 남매도 고모와 함께 조용히 식사를 한다. 가족은 10년 전 이민을 떠났고 이번에 한국에 온 것은 2011년에 이어 두 번째다. “다시 한 번 오고 싶었어요. 한국에 대해 다양한 체험을 하고 싶어서요. 아직 음식은 잘 맞지 않아요.” 수민 양이 웃으며 말한다. “108배를 했어요. 힘들었지만 다 마친 후 잘했다 생각했고, 내 스스로가 멋있게 느껴졌어요.”라며 다민 군은 의젓하게 웃는다. 고모는 이번에는 색다른 체험을 해보면 어떨까 해서 템플스테이를 권했다. “조카들은 스페인에서 살기 때문에 불교에 대해 전혀 몰라요. 우리는 기독교인이지만 종교를 떠나 조카들과 이색 체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1박 2일이지만 다양한 체험을 해서인지 지루하지 않았어요. 경전문구도 쓰고 스님과 ‘차담’시간에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어요. 저도 처음이죠. 조카들 덕분에 좋은 경험했어요.” 수민양은 말을 잇는다. “스페인에서 k-pop 인기 있어요. 가수들 싸인 받아오라고 친구들이 부탁했는데 그것은 어려울 것 같아요.”

이들의 발길을 따라 전등사로 향했다. 푸른 나뭇잎 사이 좁은 비탈길을 따라 한 걸음 한걸음 옮긴다. 그곳에서 템플스테이 하고 있는 러시아인들과 함께 또 다른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지성스님과 나란히 앉은 혜행스님이 러시아에서 온 손님들의 질문에 답을 한다. 이어 지성스님은 참가자들에게 절하는 법을 시연한다. 한 배. 두 배. 삼 배. 반 배...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여 절을 하는 그들이 모습이 아무래도 조금 어색하다. 힘들어 하는 자세지만 진지한 눈빛으로 강의를 들으며 절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러시아에 온 이들 14인은 유명 대학교의 각 학과 교수들이다. 평택의 국제여름학교 교사로 한국행을 했다. 3주 일정으로 체류를 하는 중 한국의 문화를 배우기 위해 템플스테이에 참여했다.


 


 

다리를 꼬아 앉는 참선의 시간을 배운다. 신기하고 어색한 표정과 몸짓으로 주변은 미소가 전해진다. 자세를 잡은 체험자들에게 지상스님은 고요하게 전한다. “참선은 마음 다스리기예요...” 이윽고 그들의 눈빛이 살며시 차분해지며 고요가 흐른다. 나탈리아 브론니코바(31세, 미술교수)씨는 불교에 대해 모른다. “불교문화를 통해 한국을 조금 더 이해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아서 더 좋아요.” 모든 게 신기한 듯 그녀는 수업에 집중하고 있다. 참선을 하고 있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표정이 부처님처럼 온화하다.


 


 

전등사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해를 피하고 있는 혜행스님의 미소가 부드럽다. “러시아 사람은 불교에 관심 별로 없는데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이 사람들은 관심이 많아서 좋았어요. 질문 많이 하면 즐거워요. 부처님이 신(神)이지를 궁금해 했어요. 러시아에 불교신자는 2% 밖에 안돼요.” 혜행스님은 잔잔한 미소로 앞으로의 바람을 전한다. “불교는 자기 마음을 배우는 것입니다. 제일 중요한 일이죠. 본성을 찾아야 합니다. 쌍둥이 형은 러시아로 되돌아갔지만 나는 이곳에 계속 남아 있을 거예요. 앞으로 명상을 할 계획입니다.”


 


 

‘연등국제선원’은 한국의 선(禪)을 수행하는 내·외국인을 위한 선원이다. 내·외국인을 위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여 외국인들에게 한국 선(禪)불교를 알리고 있다. 더불어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체험하는 수행 체험 장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곳은 1997년 성철 큰스님의 제자인 고(故) 원명스님의 발원으로 개원했다. ‘연등국제선원’은 현재 법당과 서래선원, 고경선방, 요사채, 후원 등이 있다. ( www.lotuslantern.net )


 

(김민영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