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시설, 인천지하철 안의 시민공간
이제 지하는 죽은 공간이 아니다. 새로운 공간이다.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지하철 공간은 오히려 주목 받는 금쪽같은 땅이다.
인천지하철1호선, 그곳은 진정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시설이다.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 두 곳을 다녀왔다.
주말이면 '탁탁' 소리가 울려 퍼지는 역사가 있다. 경인교대입구역에는 네 개의 탁구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은 시민 모두가 이용하는 탁구시설입니다.' 라는 문구가 인천시민들의 마음을 열었다.
서구에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온 이인호 씨는 "가까운 동사무소도 탁구장이 있지만, 경인교대역은 언제나 열려있고, 분위기도 좋아서 계속 오게 되요. 모르는 사람끼리도 탁구로 이야기 하고 그 인연으로 친구가 되니 좋아요. 앞으로 이런 시설들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이용하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청소도 한다"며 시설에 대한 시민들의 애정을 전했다.
천경목(작전중 3년) 군은 "학교 수행평가 때문에 연습하려고 오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수행평가가 끝났는데도 친구들끼리 계속 같이 오고 있어요. 이런 시설이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네 개의 탁구대 중 3개의 탁구대는 같은 학교 친구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탁구시설은 인천시민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라켓만 가져오면 OK이다. 그 어디보다도 경인교대입구역 탁구시설이 인기가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모두에게, 언제나 열린 공간이라는 것이다.
인천시청역으로 발걸음을 돌려보자. 주말에 이곳에 들어서면 경쾌 비트의 음악소리가 울려 퍼진다. 인천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이라면 한번쯤은 봤을 풍경이 펼쳐진다. '청소년 춤 연습장'이다. 인천의 청소년을 위한 춤 연습 시설로 총 3개의 연습장과 2개의 무대가 있다. 비보잉 댄스팀이나 각 학교의 댄스동아리, 청소년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이용 가능한 시민시설이다. 그렇지만 역시 중딩급 청소년들의 차지다.
인천청소년수련관 소속 댄스동아리 'MAJESTY'팀은 인천의 각 학교 중·고등학생이 모인 댄스동아리이다. 올해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마제스티팀은 '위풍당당 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동아리의 리더 노하윤 양은 "12월에 열리는 청소년수련관 동아리 축제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런 시설이 있어서 좋은데 좀 지저분해요. 조금 더 개선되었으면 좋겠어요."라며 아쉬운 점을 밝혔다. 자신들을 "신인 아이돌 그룹 마제스티 입니다!" 라고 소개하는 소녀들의 기세가 위풍당당하다.
다소 아쉬운 점도 있지만, 시민들을 위한 열린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하는 것은 사실이다. 인천교통공사는 시민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대중교통을 제공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넓은 공간을 단지 통로로만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경인교대역이나 인천시청역 처럼 죽은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시민과 소통하는 '산 공간'이 많아지길 바란다. 시민을 위해 ‘사라진 1인치’를 찾는 심정으로.